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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재난_도시를 삼키는 홍수가 온다 [하이 워터]

넷플릭스 영화 하이 워터 포스터
출처. Rotten Tomatoes

1997년 중부 유럽 대홍수 사건을 재연한 영화 [High Water]. 그중에서 폴란드 도시 브로츠와프에서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다. 이때 총 6조 4천억원, 폴란드는 약 4조 6천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생겨났다고 한다. 본 사건은 실제 사건을 보여주고 있지만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스토리는 가상이라고 밝혔는데. 정치인, 수문학자, 시민들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담아냈다. 기후변화로 인해 다양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는 오늘날, 경각심을 가지기 위해 한 번쯤 보기 좋은 시리즈다.

 

 

예측 가능했던 대홍수 

어느 날 폴란드 고위 관료들에게 대홍수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보가 오게 되고 교황을 맞이하는 데 바쁜 관료들은 이를 무시한다. 후에 브로츠와프 인근에 홍수가 나고 본 전보를 보냈던 수문학자 트레메르를 부주지사 사무실로 부르는데. 수문학자, 교수, 정치인 등 모두가 모여 홍수를 예측하려 하지만 대홍수가 올 것이라는 그녀의 말은 묵살당하게 되고. 심지어는 "그딴 헛소리로 사람들을 겁주지 말라" 라는 말까지 듣게 된다 (아니, 왜 수문학자겠어..? 불러놓고 무시하는 건 뭐람)

 

교황이 도시를 방문할 예정에다가 선거를 앞두고 있는 브로츠와프에서는 이상한 괴짜 소문을 흘려 사람들을 선동하지 않게 하자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고 엄청난 홍수가 오지 않을까 두려움도 있지만 정부는 이를 오직 정치적 요소로만 생각하기로 한다. 재난 영화와 정치적인 요소가 결합하면.. 많은 사람들이 죽는 흔한 스토리는 다들 아시겠지만. 그래도 제대로 머리가 돌아가는 정치인 한 명이라도 있다. 바로 트레메르와 사연이 있어 보이는 마르차크. 그의 도움으로 지도를 받아 강둑을 폭파시키지만 알고 보니 1967년도의 지도, 즉 너무 오래된 지도였기에 잘못된 정보로 홍수를 막기는커녕 농장이 침수되어 상당한 손실을 야기하게 된다. 

 

 

우리는 각자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

트레메르는 계속해서 해결책을 찾던 도중 켕티 마을의 강둑을 폭파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만 이 소문이 켕티 주민들의 귀에 들어가며 그들은 강하게 반발하게 된다. 도심의 수위를 낮추기 위해 강둑을 폭파하면 자신들이 평생 살던 터전을 한순간에 잃을 터.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이 주민들의 평생이 녹아있는 터전을 없앨 수 있을까. 참 어려운 질문이다. 도시를 구하기 위해 애를 쓰는 트레메르도, 터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반발하는 주민들도 이해가 된다. 강둑을 폭파시키지 못해서 도시가 물에 잠기고 많은 사상자를 낸 것에 대해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을까. 

본 소제목은 반발 그룹의 리더 렝바치가 트레메르에게 사과했을 때 그녀가 한 말이다. 과연 그렇다. 그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그녀 또한 최선을 다했다. 최선을 다해 재난 상황을 알렸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정치인들로 인해 빛을 내진 못했지만 그녀의 가족들을 구했으니. 알고 보니 그녀는 마르차크와 과거 사랑했던 사이였고 둘 사이에는 아이가 있었다. 둘은 아이를 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그 노력이 통한 것인지 그녀는 살아남았는데.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은 한 명 더 있다. 바로 트레메르의 어머니. 그녀는 한때 유명한 가수였지만 현재는 고도비만으로 살이 쪄 모든 자신감을 잃은 상태였다. 문을 통과하지도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처량해 그녀는 그냥 물에 잠겨 편히 잠들겠다고 한다. 그런 어머니를 그냥 죽게 만들 수 없었던 트레메르는 약을 구해서 그녀에게 투약하고. 그녀가 잠에 빠진 사이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그녀를 1 층에서 꼭대기 층으로 올리게 된다. 살아남은 어머니는 그렇게 한 번도 보지 못한 손녀와의 만남을 가지게 되는데. 

넷플릭스 영화 하이 워터 스틸컷
출처. 넷플릭스

본 영화를 보며 내내 들었던 생각은 정말 너무나도 무능력한 정치인들.. 명백한 증거가 있어 홍수가 발생할 것을 확신했던 정부지만 국가 행사로 인해 이를 안일하게 생각한 점들, 물이 차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위해 보트 행사를 강행한 점 등 정말 대단해서 박수를 쳐 주고 싶은 심정이다.

 

후에 렝바치가 켕티에 있는 아버지의 집을 지키기 위해 강둑을 폭파하지 않도록 시위를 하며 주민들과 함께 모래머니를 강둑 주위에 쌓아 올리는데. 결국 그들의 모래주머니는 거대한 자연을 이기지 못하고. 또한 강둑을 폭파시키지 못한 결과로 도시는 홍수에 의해 삼켜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그의 아버지가 계시는 병원까지 물에 침수되고. 기계로 인해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던 아버지는 물로 인해 전기가 가동되지 않아 목숨을 읽게 된다. 이게 참.. 가슴이 아팠다. 영화의 흥미로움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용한 스토리긴 하지만 실제 사건에서도 이렇게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한국 재난 영화 [해운대]에 비하면 스케일이 그렇게 크지 않다. 하지만 1997년에 중부 유럽에 일어난 대홍수 사건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은 보기 좋은 시리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