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관

아포칼립스_보고 싶어도 보면 안 된다 [버드 박스]

넷플릭스 영화 버드 박스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조쉬 말러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영화 [버드 박스]. 공개 당시 그리고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평화롭던 도중 사람들은 갑자기 이상한 것을 목격하는데 이게 끝이 아니다. 무언가에 노출된 그들은 그 즉시 아주 끔찍한 방법으 자살을 택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현상들이 계속 일어나고 본 영화의 주인공 멜로리 (산드로 블록) 또한 그녀의 여동생이 직접 자살하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하며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하는데.

 

본 영화는 스릴러, 공포, SF, 호러, 아포칼립스 장르로 분류되어있다. 아포칼립스 장르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Apocalypse는 세상의 종말, 세상의 멸망, 대재앙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전염병이나 좀비 등으로 인해 세계가 멸망하고 소수의 사람들이 살아남은 상황을 이야기한다. 유토피아와는 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환각을 보기 시작한 사람들

우울증으로 인해 집에서 매일 그림만 그리는 멜러리. 임신한 자신과 아기를 두고 남자친구가 떠났기 때문인데. 이 불똥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한테까지 튀게 되고. 그녀는 아기가 건강한지 성별은 무엇인지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은 지경까지 되자 그녀의 여동생 제시카가 함께 정기 검진을 하러 산부인과로 동행한다. 아이에게 관심도 없는 그녀는 의사의 권유로 입양까지 생각하게 되는데. 검진을 마치고 병실에서 나오자 아까 행복하게 전화 통화를 하고 있던 한 여성이 창문에 머리를 박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리고 아침에 봤던 이유를 알 수 없는 러시아 집단 자살 뉴스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짐작한 그녀들은 빨리 집으로 향하지만 도로는 이미 마비된 상태. 그리고 제시카가 갑자기 무언가를 보더니 자동차 사고를 내려 한다. 자동차는 운이 좋게도(?) 전복에 그쳤지만 제시카는 달리던 차에 몸을 던져 자살하고 만다. 순식간에 여동생을 잃은 멜러리. 아수라장이 된 도로에서 그녀는 우연히 만난 남성의 도움으로 한 집에 들어가게 되는데. 집 안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피해 있었으며 그들은 사람들이 목숨을 끊는 이유가 야외에서 보이는 '무언가'에 홀린 것이라고 결론을 지어 모든 창문들을 다 가리게 된다.

 

후에 '게리' 라는 사람이 집을 찾아오고 이상한 정신병자들이 눈을 뜨고 아름다운 '그것'을 보라며 그를 위협했다고 하는데. 그들은 안대를 쓰지도 그리고 그 어떤 것을 봐도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들을 피해서 이 집으로 도망쳐왔다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사람들은 그를 믿기 시작하며 그를 집으로 들인다... 시간이 지나고 멜러리와 올림피아가 함께 아이를 낳고 게리는 갑자기 가방에서 그림 도구를 꺼내 이상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의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는 상태며 갑자기 창문을 가려놓았던 신문지와 종이 등을 마구 찢어 사람들의 시선을 밖으로 향하게 만드는데. 바로 그것을 보게 만들기 위한 것. 그렇다. 그는 그가 말했던 정신병자 중 한 사람이었으며 그가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올림피아가 그것을 목격함으로써 갓 나은 아기를 뒤로하고 창문 밖으로 뛰어든다. 후에 볼 수 있듯이 멜러리가 데리고 있는 여자아이가 올림피아의 친딸. 

 

평화를 찾기 위한 희생과 여정

그렇게 다수가 희생되고 멜러리, 톰, 아기 둘만 남게 된다. 대재앙이 시작된 지 5년이 지나고 힘든 상황 속에서 의지하던 둘은 사랑에 빠지고 함께 아이들을 키운다. 언제 애들을 잃을지 모르는 그들은 애착을 가지지 않기 위해 이름을 붙여주는 대신 걸, 보이라고 부른다. 그들도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대신 멜러리, 톰이라고 부르는데. 항상 그랬듯 생활하다 갑자기 추종자들을 마주치고 톰은 멜러리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희생하는데. 그녀는 톰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자 아이들을 데리고 보트를 탄다.

눈을 가리고 강을 건너기란 쉽지 않다. 언제 어디서 급류가 바뀔지 모르기 때문. 그녀는 모두 다 살기 위해 누군가가 급류를 봐야 한다고 설명하고 수양딸, 걸은 그녀의 의도를 눈치챘는지 조금 망설이다가 자신이 보겠다고 말한다. 이때 걸의 순수함이 멜러리의 마음을 울린 것일까 아님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딸을 잘 부탁한다고 말한 올림피아가 생각나 부끄러움을 느낀 것일까 그녀는 아무도 보지 않아도 괜찮다며 다 같이 눈을 가리고 가다 급류에서 보트가 뒤집힌다. 정신을 잠시 잃고 도착한 곳. 그곳이 어딘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우선 아이들과 계속해서 걷는다. 이 와중에 계속해서 들려오는 환청. 눈을 뜨고 세상을 봐라는 동생과 톰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들도 이런 환청을 들었던 것인지 안대를 벗으려 하자 멜러리는 우리 아이들을 데려가지 말라고 소리친다. 그리고 세 사람은 새소리를 따라 뛰기 시작하고 마침내 안전한 곳에 도착하는데. 그곳은 바로 시각장애인 학교. 그들은 앞을 볼 수 없었기에 평화로울 수 있었다. 멜러리는 가지고 다녔던 버드 박스를 열자 마치 그들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 세 마리의 새가 하늘을 향해 훨훨 날아간다. 그리고 그녀는 걸과 보이에게 각자 올림피아, 톰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미소를 지으며 끝이 난다.

 

넷플릭스 영화 버드박스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산드라 블록이 출연한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시청한 영화였지만 이렇게 후기를 작성하는 거 보니 나름 괜찮았나 보다. 코로나로 인해 집 안에 박혀있을 때 본 영화라 뭔가 더욱더 와닿은 것 같다. 항상 그랬듯이 한 일주일만 지나면 코로나인지 코로롱인지 괜찮아지겠거니 했지만 이놈의 바이러스가 왜 이리 강한 것인지 2년 넘게 전 세계 사람들을 괴롭혔다. 지금은 나아지는 듯 보이지만 점차 바이러스, 즉 전염병 사건 사고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를 보아 향후에는 이런 역병들이 대재앙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세상을 바라보면 죽는다, 눈을 가리지 않으면 보이는 어떤 '무언가'로 인해 자살을 택하게 된다는 주제는 당연히 영화화로 인해 더 과하게 표현되었겠지만 우리는 아직 본 영화에서 사람들을 홀린 '무언가'가 무엇인지 모른다. 영화에서도 말해주지 않았다. 이로 인해 그 정체가 정말 귀신같은 것인지, 아니면 개개인을 저 깊은 곳에서 괴롭히는 걱정 혹은 공포스러운 존재인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아마 감독이 바라던 게 아니었을까. 아무튼 흥미로운 소재니 킬링타임용으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