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관

로맨스_유한함 속에서의 무한한 사랑 [안녕, 헤이즐]

안녕 헤이즐 영화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정말 아름다운 단어, 사랑. 누군가에게 아름답게 들리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아름답다기 보다 무한한 슬픔을 주는 단어, 죽음. 본 영화는 죽음을 기다리는 두 명의 청소년에게 거부할 수 없는 봄과 같은 사랑이 찾아온 이야기를 다룬다. 

 

사람들이 나에게 인생 영화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나는 주저 없이 [안녕, 헤이즐]을 말한다. 자그마치 8년을 가까이 이 영화를 주변에 추천하고 다니니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이 영화와 사랑에 빠졌음을 안다. 한글판 책, 원어 책, 심지어 대본까지 소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포스터에서 볼 수 있듯이 원어 제목은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이다. 개인적으로 원제목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약하고 부정적인 소녀와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긍정적인 소년이 만나다

폐에 암이 있는 여주인공, 헤이즐. 그녀는 어릴 때부터 아파왔던 터라 자신의 병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캐릭터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산소통을 들고 다니며 호흡기를 차고 다니는 그녀는 암 환자 모임에서 어거스터스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골육종으로 인해 다리 한쪽을 잃은 상태였다. 첫 만남부터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그는 그녀에게 사랑을 표현하지만 그녀는 미래에 그가 홀로 남겨질까 봐 그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밀어내게 된다. 그래도 암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서 그런지 둘은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는데. 

 

둘은 함께 소설을 읽는 걸 좋아한다. 어느 날 헤이즐이 거스에게 자신들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소녀의 소설을 추천해 주게 되는데. 결말이 깨끗하지 않은 소설이라 헤이즐은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 그런 그녀를 본 거스는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함께 암스테르담으로 향한다.

 

여행의 목적이었던 작가를 만났지만 그는 그들을 홀대하고. 그들의 병을 무시하는 무례한 모습까지 보인다. 실망한 그들이었지만 언제 자신들의 시간이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마지막 여행이라 생각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둘의 행복했던 시간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하늘도 무심하지 갑자기 거스가 충격적인 말을 하는데. 바로 그의 골육종이 다시 재발해서 함께 보낼 시간이 많이 없다는 것. 또한 자신의 추도사를 헤이즐이 맡아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하게 된다.

 

우리의 작은 무한대

여행에서 돌아온 그들. 추도사 읽기를 함께 연습하는데. 헤이즐은 그를 위한 추도사를 준비했지만 마지막 인사라고 느꼈을까. 그녀는 종이를 보고 읽는 대신 그의 눈을 보고 마음속 깊은 문장들을 꺼낸다.

 

우리의 사랑 이야기는 한편의 서사시죠
다른 사랑 이야기들처럼 우리 이야기도 우리와 함께 사라질 거예요
어떤 무한대는 다른 무한대보다 크죠
저는 제가 가질 수 있을 만큼 더 많은 숫자들을 원해요
그리고 하느님
저는 거스가 가진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원해요
하지만, 거스, 내 사랑
너에게 얼마나 고마운지 말로 표현이 안돼
넌 우리의 유한한 날 속에서
나에게 영원을 줬어
그걸로 난 영원히 고마워할 거야
널 정말 사랑해

 

흑.. 너무 슬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그들. 사랑한다는 말을 주받는다. 목 놓아 울지도,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도 미워하지 않는다. 그저 서로를 응원하고 아낌없이 사랑하는 그들. 그렇게 거스의 마지막 날이 찾아오고 만다.

 

안녕 헤이즐 스틸컷 어거스터스와 헤이즐
출처. 네이버 영화

마지막에 헤이즐이 그녀의 핸드폰을 들고 발신인이 그의 어머니임을 확인하는 순간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는다는 건 어떨까를 보여주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다. 자신들이 죽을 것을 아는, 시한폭탄 같은 삶 속에서 이 맑은 영혼들은 서로를 찾았고 마지막 사랑인 듯 아낌없이 주고 후회 없이 사랑했다. 죽음이라는 게, 암이라는 게 그들을 이렇게 철들게 만들었을까. 이별을 그리고 죽음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을 보며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고 먹먹했다. 

 

특히 거스는 우울함이 자신을 집어삼키지 못하도록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그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암으로 인해 다리를 절단해야 했음에도 이로 인해 몸무게가 줄었다며 웃는 그. 암이 퍼져 지칠 대로 지쳤던 헤이즐에게 웃음과 행복을 줬던 그. 거스가 죽고 장례식을 하고 난 후 시각장애인 친구 이삭이 "장례식은 죽은 이를 위한 것이 아닌 살아있는 이를 위한 것" 이라는 말을 했을 때 깊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던 그. 마지막까지 사람들에게 밝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영원한 사랑은 없다. 왜냐면 사람은 언젠간 재로 돌아가니까. 하지만 주어진 시간 내에서의 영원함은 존재한다. 사람들은 연인과 헤어지기 전, 죽음을 앞두기 전 '나는 왜 이렇게 안 했을까. 바쁘다는 핑계로 왜 그렇게 연락을 하지 않았을까?' 등 자신의 행동의 잘못됨을 깨닫고 후회한다. 우리는 거스와 헤이즐처럼 죽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아도 죽음은 항상 갑자기 찾아오고 언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지 모르니 모두 시한부의 삶이 아닐까. 그러니 사랑할 수 있을 때 후회하지 않고 더 많이 사랑하고 표현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