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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음악_네 한계를 보여봐 [위플래쉬]

영화 위플래쉬 포스터
출처. 아마존

위플래쉬는 2014 년에 개봉한 영화로 음악 영화에서 돋보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목인 [Whiplash]는 '채찍질'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본 영화에서 보여주는 주인공들의 스토리를 정말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가 되고 싶은 뉴욕 명문 음악 대학교 교수 겸 지휘자 플레쳐와 드럼 연주자 앤드류의 광기적인 이야기를 담아냈다.

 

 

피로 물든 드럼 스틱

재즈 드러머 버디 리치를 동경하는 앤드류. 뉴욕의 최고 음악학교 셰이퍼 대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모든 학생들이 떠난 연습실에서 그는 뒤처지지 않으려 매일을 열심히 연습하는데. 우연히 밴드의 지휘자 플레쳐 교수의 눈에 띄게 되고 그의 밴드에 스카우트된다. 이 많은 단원, 악기 중에 누구 하나라도 실수하면, 교수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바로 캐치하여 대망신을 주는 게 그의 교육 방법. 하지만 그런 그가 앤드류를 캐스팅하고 그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니 그 역시 멋진 연주를 소화해 내는데. 하지만 교수는 계속해서 그의 연주를 스톱하고 자신의 맛에 맞는 연주를 요구하는데. 결국 앤드류는 그가 듣고 싶어 하는 연주를 들려주지 못하고 그가 던진 의자, 그의 폭행으로 충격에 빠지는데. 

 

그 일을 계기로 그는 독기를 품고 밤낮 사정없이 연주에 몰두하게 되는데. 단 1초도, 한순간도 쉬지 않고 연주하던 그는 손의 살이 찢겨 피가 나도 연습을 멈추진 않는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해서 고백한 여자친구에게도 자신은 최고가 되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너랑 만나면 안 될 것 같다고 하는 그. (짜증) 차라리 시작을 하지 말던가 아니면 착한 거짓말이라도 해서 헤어지던가. 저딴 말을 들으면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이없을 듯. 나랑 만나면 최고가 될 수 없나? 그럼 똥도 싸지 말던가. 똥 싸는 시간이 아까우니까. 그냥 죄다 변명.

 

그러다 어느 날 한 연주에서 메인 드러머가 악보를 잃어버리는 실수를 하게 되는데. 하지만 이를 달달 외웠던 앤드류. 그가 바로 메인 드러머의 자리를 꿰다. 다른 연주가 있던 날 1분, 아니 1초라도 늦으면 안 되는 그는 지각할 위기에 처하자 렌터카 업체에 가게 되고. 그곳에 드럼 스틱을 놓고 오는 실수를 보여준다. 하지만 연주는 곧 시작될 예정. 무리를 해서라도 그는 다시 스틱을 찾아오는데. 그 과정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만다. 그렇지만 그는 앤드류 아닌가. 세계 최고의 드러머가 되고 싶어 하는, 아니 자신의 한계를 넘어 교수를 뛰어넘고 싶어 하는 그. 옷이 다 찢고 피투성이가 된 채로 무대에 오르는데.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막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은 제대로 연주를 할 수 없다. 결국 손이 떨려서 그는 연주를 망치게 되고 분노가 치밀어올라 교수에게 욕을 하고 덤벼들며 그 자리에서 퇴학당한다. 

 

 

닮아가는 둘

학교에서 제적당하고 드러머의 꿈을 접은 그. 어느 날 변호사가 그를 찾아가 플레쳐의 옛 제자 션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준다. 교수는 그가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고 했지만 그는 사실 교수의 괴롭힘으로 인해 목을 달고 자살한 것이었다. 앤드류와 그의 아버지는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교수의 실체를 말해주는데. 교수 또한 해임된다.

시간이 흘러 앤드류는 한 재즈 바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플레쳐를 보게 되고. 그들은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눈다. 그 과정에서 플레쳐는 이번 카네기 홀에 연주가 있는데 드러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그를 초대한다. 카네기 홀에서 연주하는 게 한 평생의 꿈이었던 그, 그가 피 터지게 연습했던 위플래쉬와 캐러밴을 연주한다는 말을 들은 그는 가볍게 승낙하는데.

 

비장하게 무대에 선 그. 그때 플레쳐가 외친다. "첫 번째 연주 곡은 업스윙윙입니다" 그렇다. 그는 앤드류가 학교 측에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것을 알고 있었고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창피를 주고 그의 드러머로서의 업적을 끝내려는 심산이었는데. 스승이라는 게.. 참.. 나는 그가 좀 달라졌을까 생각했는데 오산이었음. 

결국 업스윙윙의 악보조차 없던 그는 연주를 시원하게 말아먹었고 무대에서 내려온 그에게 아버지가 따뜻하게 맞아주지만 어느새 솟아오른 광기에 그는 다시 무대로 돌아가서 캐러밴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같은 연주자들은 당황하지만 홀린 듯이 연주를 하고 플레쳐는 그에게 가서 "눈깔을 뽑아버리겠다"며 협박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연주를 계속한다. 플레쳐 또한 그를 계속 지켜보다가 그 또한 그의 연주에 동화되었는지 캐러밴 곡을 지휘하며 연주를 점점 완성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위플래쉬 스틸컷 드럼 연주하는 앤드류
출처. Esquire

다른 음악 영화와는 다르게 묘한 긴장감이 자꾸만 흐른다. 긴장과 흥분을 유도하는 드럼의 특성 때문일지는 몰라도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마지막 무대에서의 연주는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시청하고 있었다. 정말 짜릿함을 느꼈던 것 같다. 드럼의 '드' 자도 잘 모르는 나였지만 그 매력에 푹 빠져 영화를 시청하고 난 후 축제에 가게 되면 드럼 연주자들을 흘깃 거리게 됐다. 어떻게 저렇게 잘할까? 하나같이 내가 본 연주자들은 잘해야 한다는 욕심은 내려두고 그냥 온전히 즐기고 있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본 영화에서는 그냥 음악에 미친 교수가 한 제자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온갖 인신공격을 하고 마구 패대기치는 모습만 보인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게 맞나..?' 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고 생전 들어보지 못한 욕을 들어 나 또한 충격에 빠졌지만 결론적으로는 그의 열정과 미침이 한 제자를 최고로 이끈 모습을 보고 모든 게 역설적으로만 생각이 들었다. 앤드류는 최고의 꿈을 이뤘고 교수는 본인의 명성에 집착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제자가 자신을 뛰어넘기를 기다리는 그리고 뛰어넘는 모습을 보고 뿌듯하면서도 오묘한 미소를 지은 교수. 어떻게 보면 해피엔딩이지만 '앤드류는 정말 그의 드럼 연주를 즐겼을까?' 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계속 올라온다. 그를 제일 잘 아는 그의 아버지가 마지막 공연을 보는 장면에서 거의 미친 듯이 연주를 하고 있는 아들을 보며 충격을 먹고 얼이 빠진 채 그를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 또한 예술이, 아름다워야 하는 예술이, 그리고 교수가 그를 가르친 방식이 그를 미친 인간으로 만들어놓은 건 아닌지 걱정한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이를 이루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는 그가 원하던 '최고' , 교수에게서의 '인정' 을 얻었지만 후에 션과 같이 비극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