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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_군대 내 성폭행 문제 [내가 바네사 기옌이다]

넷플릭스 내가 바네사 기옌이다 포스터
출처. 넷플릭스

지난 2020년 4월 22일 텍사스의 포트 후드 부대에서 근무하던 20 살의 바네사 기옌이 실종되었다가 2개월 후 살해당한 채 발견되었다. 안전하다고 생각한, 아니 안전해야만 하는 군대에서 근무 중에 일어난 일이다. 어릴 때부터 '군인'이 되고 싶어 한 소녀.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 군인에 자원입대했지만 그런 그녀에게 돌아오는 건 군대의 무관심. 어린 나이에 하늘의 별이 버리고만 소녀와 그 소녀를 죽음에 이르게까지 한 원인인 군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성폭행과 성희롱. 이를 변화시키고자 기옌의 가족들이 목소리를 내어 군대의 실상을 보고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누구나 다 기옌처럼 될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그녀의 꿈은 나라를 지키는 군인. 그녀의 어머니는 '그건 여자에게 힘든 직업이야' 라며 늘 말했지만 어려서 하는 소리이겠거니 다른 걱정은 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시간이 지난 뒤 청소년이 된 바네사가 군인이 되어 군대를 갈지 우주 비행사가 되어 달에 갈지 물어봤다고 한다. 그때 어머니의 대답은 '차라리 달에 가라' 였다고. 어머니는 그녀가 후에 군대에서 무슨 일이 발생할 것인지 미리 느꼈던 것일까 그녀가 군인이 되는 건 정말 싫었다고 한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이미 자원입대 신청을 마쳤다는 것. 오래된 꿈이어서 그럴까. 그녀는 모든 부문에 있어서 굉장한 운동 신경을 보였고 여군들 사이에서 달리기마저 1 등을 거머쥐는 천상 여군이었던 것이다. 부푼 꿈을 안고 모든 훈련을 마치고 미 부대에 들어간 그녀는 발령 난 포트 후드 부대에서 꿈이 아닐까 하는 정도로 기대와 미래에 대한 희망이 부서지고 마는데..

 

코로나가 터지자 군대에서는 군인들의 복귀를 꺼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날 4월 22일, 비번이었던 그녀는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군대에서 복귀해라는 연락이 온다. 그러고 나서 끊긴 연락. 그녀의 약혼남이었던 남자친구가 계속해서 연락을 시도했지만 그의 문자에 그녀는 확인조차 하지 않았고. 이상함을 직감한 그녀의 가족들은 군대에 연락을 취하게 되지만 아무도 그녀를 본 적이 없다는 답변. 그녀의 소지품이 모두 그녀의 병기고에 그대로 있다는 말을 들은 바네사의 큰언니 마이라는 부대에 직접 가게 되고 바네사가 만약 잘못된다면 '현장'이 될 수도 있는 곳에 부대는 언니의 출입을 자유롭게 허가하고 바네사의 소지품까지 그들이 주머니에서 꺼내는 것을 보고 '아 이들에게 동생의 사건을 맡기면 안되겠다' 라고 직감적으로 느꼈다고 한다.

 

사건이 널리 퍼지고 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하는 도중 그녀에게서 성추행을 당했으며 이를 보고하고 난 후 실종이 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에게도 "애런 로빈슨(가해자)를 포함한 상관 두 명이 자신을 성추행했으며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하기 무섭다." 라고 말을 했으며 군대에도 이를 보고 했지만 이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실종된 지 2개월 뒤 그녀는 토막 살인 된 채 3 곳에서 발견되었다. 조사 중 애런 로빈슨이 유력 용의자로 정해지지만 그는 소지하고 있던 총으로 자살을 택하는데. 그의 여자친구 시실리가 시신 유기를 도운 혐의를 인정한다.

 

 

나, 그리고 우리가 기옌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가족들은 '군부대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우리 딸에 대해 돌아오는 게 아무것도 없고 사건을 묻을 수 있느냐' 라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으나 후에 그녀가 근무했던 포트 후드 부대가 미군 기지 중 성추행 및 성폭행으로 악명 높음을 찾아낸다. 지난 몇 년 동안 본 부대에서 자살을 한 군인들, 실종된 군인들 몇 십 명이 나온 것을 확인하게 되는데. 가만히 있으면 군대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 바네사의 가족들은 SNS를 통해 그녀의 사건을 알리고 이를 통해 자신도 군대 내에서 성추행을 당했음을 알리는 #I am Vanessa Guillen 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점점 문제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이에 분노한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본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루시 또한 자신도 1990년대 성폭행을 당했으며 세기가 변한 현재까지도 이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며 군내의 사태를 꼬집기도 했다. 

 

가족들은 지지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군부대의 개혁을 위해 맞서 싸우기 시작한다. 군대 내는 사회의 법이 적용되지 않는 군대 내 자신들이 만든 특별한 법이 있다는데. 폐쇄적이고 집단적인 문화가 강한 군 내에서는 지휘관의 말이 곧 법이다. 그냥 군 내의 문제를 싸고돌 수 있도록 작정한 지휘 계통에 의존한 결과라는 것이다. 지난 역사를 보면 지휘관이 이혼해라고 하면 이혼하고, 부상당한 병사들이 다리를 절단해야 할 때 군의관의 결정에 맡기지 않고 군의관이 지휘관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전장에서 내리는 결정을 염두에 두고 지휘관에게 물어본다는 소리다. 그렇게 군대 내에서 법이 돌아간다.

 

법안 제정을 주도한 재키 스피어 하원 의원은 군대 내 성폭력 문제를 다룬 첫 법안을 2011년에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지휘 계통 전체를 매도하는 것이다, 지휘관에게서 수사권을 빼앗으면 지휘관의 지휘 능력을 갉아먹는 것이다.'라는 개소리를 늘어놓으며 지휘관이 독점적인 권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대파들로 인해 법이 통과되지 못했고 사실상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결론에 다 다르지만 가족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성폭행 수사에 군 지휘관 배제 법안을 추진했으며 이는 마침내 통과되었다. 굉장히 획기적이었지만 아직까지 군 지휘관에게 어마어마한 권력이 있다고 한다.. 시간이 걸릴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바네사 기옌으로 인해 조금씩 바뀌어가면 좋겠다.

 

바네사 기옌의 가족 및 변호사
출처. Telemundo

군대 내 성폭력 문제는 전 세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정말 중요한 문제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누군가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도 군대 내 성폭력에 시달리던 여군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고들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냈지만 그때뿐이며 아직도 네이버 지식인에 '군대 내 성추행을 신고하고 싶지만 보복이 무서워서 못하고 있으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조언을 물어보는 질문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여군들도 군대 내의 떳떳한 구성원이 되어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언제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