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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브라질_여성들의 삶이란 [이파네마의 여인들]

이파네마의 여인 브라질 시리즈 포스터
출처. Spotify

브라질 배경의 영화 [이파네마의 여인들]. 원어 제목은 [Coisa mais linda], 영어 제목은 [Girls from Ipanema] 이다. 포르투갈어인 원어 제목을 직역하면 '가장 아름다운 것' 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파네마는 브라질 리우데나제이의 한 지역이며 아름다운 해변을 가지고 있는 도시이다.

본 영화는 1950-60년대 브라질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우리가 잘 아는, 카페에서 잔잔하게 나오는 '보사노바' 선율로 귀를 즐겁게 해 준다. 특히 더 재미있는 점은 영화의 주인공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다. 1950-60년대 여성의 인권이 바닥인 브라질에서 강한 여성들이 서로를 도와주고 계속해서 한계에 부딪히지만 끝내 성장해 나가는 스토리를 담았다. 아름다운 보사노바의 선율을 듣고, 그 시대의 아름다운 브라질을 보고 느끼고 싶은 분이라면 [이파네마의 여인], 당신의 기억에 남을 좋은 영화가 될 것이다.

 

 

보사노바 라이브 음악 클럽 탄생

상파울 부유한 집안의 딸 마리아 루이자는 함께 계획했던 레스토랑 오픈을 위해 남편을 만나러 리우데자네이루로 오지만 남편은 이미 자신의 짐을 다 빼버리고 떠난 후였다. 그에게는 이미 다른 여자가 있었던 것. 크게 상심한 마리아는 아랫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던 흑인 여성 '아델리아'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서 힘을 얻은 마리아는 그 시대에 여성들이 하기 힘든 도전을 하며 적극적으로 살아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보사노바 라이브 음악 클럽을 만들게 되는데. 여성이 사업을 하면 다들 하찮게 보던 시대. 하지만 그녀는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녀의 꿈을 개척해 나간다. 멋진 아델리아, 음악을 사랑하며 가수의 꿈을 가지고 있는 마리아의 오랜 친구 리지아, 리지아의 시누이 테레자. 이 세 명의 친구들이 힘들 때나 기쁠 때나 말루(마리아 별명)의 곁을 지켜준다. 그리고 클럽 오픈의 꿈을 심어준 그녀의 새로운 애인 시쿠까지. 그녀의 클럽 'Coisa mais Linda' 는 매일 밤 아름다운 보사노바가 흘러나오게 되는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본 작품에서는 말루만 주인공이 아니다. 아델리아와 리지아, 테레자가 모두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그냥 막연한 이야기가 아닌 당시 시대 여성들이 가질만한 이야기를 하나씩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했던 스토리.

 

아델리아

말루의 아랫집에서 가정부 일을 하다 말루 집에 크게 불이 났을 때 그녀를 구해준 인물이다. 그렇게 그들의 동업 관계가 시작되는데. 지금도 흑인 인권에 대해 말이 많지만 이 시기 그들의 인권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실제로 그들이 만난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도 브라질의 부유한 백인들이 쓰는 엘리베이터, 가정부 및 시녀 일을 하는 흑인 엘리베이터가 나누어져 있다는 것에서 이를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이 시대에 여성이 사업을 한다 + 그것도 공동 창업자가 흑인 여성이다? 그들은 그 시기에 아주아주아주아주 힘든 도전을 한 것이다.  

중간에 아델리아는 여성이라는 유리 천장에 한계를 맞닥뜨려 우울해하는 말루에게 '그래도 선택의 여지가 있는 너와 나는 다르다' 라는 말을 하는데 이 대사로 인해 나는 개인적으로 아델리아가 제일 강한 인물이다고 생각했다. 시대를 뛰어넘은 게 아닌 더 나아가 인종을 뛰어넘어버린 그녀가 가진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다. 그만큼 그녀는 절박했던 것이 아닐까.

 

리지아

그녀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며 가수의 꿈을 꾸고 있지만 짜증 나게 가부장적인 정치인 남편을 만나서 고통받는 캐릭터이다. 노래를 부를 때 정말 행복해하는 그녀를 보고 '매춘부' 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한 남편을 보고 이놈 달라질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그는 자기 출세밖에 모르며 끝까지 리지아를 트로피 아내처럼 여긴다. 그녀의 순수한 미소 뒤에 감춰진 우울한 나날들. 남편의 성적 노리개 같은 나날을 보내며 자신만 내조해 줬으면 좋겠다는 희생적인 아내의 역할을 강요받다 끝내 과거가 되버리고 만다.

 

테레자

리지아의 시누이. 둘이 남편으로 이어진 관계이다. 카리스마 있으면서 강단까지 갖춘 그녀. 한 신문 회사의 '유일한' 여성 기자이며 남성 연대를 뚫고 편집장까지 올라가는 커리어도 멋진 캐릭터이다. 새로 맡게 된 라디오 코너에서도 진행자와 이런저런 언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입지를 넓히며 결국 모두에게 인정받는 그야말로 정말 멋진 여성이다. 

남편과도 제일 사이가 좋아 보였지만.. 네우송(남편)이 과거 아델리아와 사랑했던 사이(인연이 또 이렇게 되네..) 이자 숨겨진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누굴 원망하랴.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훌훌 털어버리며 자신의 삶을 헤쳐나간다.

 

 

여자에겐 아름다운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약간의 슬픔, 약간의 눈물, 약간의 갈망, 상심에서 오는 리듬
그리고 여자라는 슬픔에서 나오는 아름다움

 

이파네마의 여인 브라질 시리즈 주인공들
출처. Pinterest

 

'새로운 물결' = '새로운 경향' 의 뜻을 가지고 있는 보사노바. 그들의 스토리는 새로운 물결 그 자체이다. 리지아의 이야기는 아쉽게 끝이 났지만 시즌 2 에서 리지아의 빈자리를 아델리아의 여동생, 이보니가 자연스럽게 메꿈으로써 제작이 확정된 시즌 3 스토리의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짧다면 짧은 시리즈 안에 많은 것이 담겨있다. 사랑이 전제로 깔려있긴 하지만 불륜은 기본이고, 폭력도 예외는 아니다. 인종차별, 동성애, 남성우월주의, 빈부 차이까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드라마다.

 

거기다가 그녀들의 복고풍 패션, 음악 작품에 빠질 수 없는 감미롭고 기분 좋은 선율, 어떻게 저렇게 아름답게 촬영할 수가 있지라고 생각할 만한 영상미까지. 뭐 하나 모자랄 것 없는 시리즈. 시즌 3 이 더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