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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범죄_과연 진실은 [계단: 아내가 죽었다]

계단: 아내가 죽었다 넷플릭스 포스터
출처. 넷플릭스

2001년 작가 마이클 피터슨 가족에게 일어난 일로 아직까지 아무도 진실을 알지 못한다. 현장에는 마이클과 캐틀린만 있었을 뿐. 캐틀린은 계단에서 떨어져서 사망했기에 마이클만 진실을 알고 있겠지. 간략하게 말하자면 마이클이 아내를 살인했다는 죄목으로 재판을 받고 형량을 사는데 그는 계속해서 그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HBO 서비스에서 본 시리즈를 시청할 수 있다. 나는 넷플릭스를 시청했는데 배우들이 연기하는 HBO 보다는 재판이 이루어지는 내내 실제 가족들을 인터뷰하고 촬영한 게 더 생동감이 있기 때문. 원제목 [The staircase], 한국어 제목 [계단: 아내가 죽었다] 를 보시고 의견을 들려주셨으면 한다.

 

 

그날의 진실

늦은 밤 경찰에 신고 전화가 들어온다. 바로 미국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마이클 피터슨의 저택에서 걸려온 전화. 그는 아내가 계단에서 떨어졌다고 말한다. 아직 숨을 쉬고 있다고 말하는 그의 급박한 목소리.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거 치고는 너무 많은 피가 말라 있었고 혈액이 응고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해 그가 아내를 살해하고 시간이 지난 후에 경찰에 신고했음을 단정 짓는다. 하지만 그는 둘이 함께 술을 마시다가 술에 취해 넘어진 그녀를 한참 후에 발견해서 신고했다는 그. 그리고 한눈에 봐도 넘어져서 생긴 상처보다는 누군가에게 둔탁한 물체로 내리 맞아서 생긴듯한 상처들을 증거로 경찰은 그를 1급 살해 혐의로 기소한다.

 

부검 결과 그녀는 머리에 열상이 7 곳이나 나있었고 군데군데 타박상의 흔적이 보였다. (중간에 그녀의 부검 사진들이 나오는데 전문가가 아닌 내가 보기에도 정말 누군가로부터 맞아서 생긴듯한 상처들로 보였긴 했다. 그만큼 상처들이 깊고 단순히 계단에서 떨어져서 생긴 상처들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어려웠음) 경찰, 배심원단 등 많은 사람들이 그가 범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가족들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였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라며 그를 지지했다.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람들이 아낌없는 지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외부의 침입도 없는 저택에서 한밤중에 일어난 사건에 조금이라도 아버지를 의심할법한데 그 누구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왜냐면 둘의 부부 사이가 너무나도 좋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하나 짚을 게 있다면 사실 마이클과 캐틀린은 재혼한 관계이며 마이클은 첫 번째 부인인 패티 사이에서 두 아들이 있었고, 패티의 친구 엘리자베스(후에 결정적인 인물로 나옴)가 사망함으로써 남겨진 두 딸을 입양한 사람이다. 그리고 캐틀린은 친딸이 한 명 있었다. 그녀의 친딸 케이틀린은 다른 남매들과 정말 잘 어울리고 다 함께 화목하게 지냈지만 후에 아버지의 비밀을 알고 그가 자신의 친어머니를 죽였다는 주장을 함으로써 행복했던 가족 구성원에서 나오게 된다. 

 

 

그의 결말

사건이 빨리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노스캐롤라이나 역사상 가장 긴 재판으로 기록되고 만다. 데이비드 루돌프라는 든든한 변호사가 있었음에도 무려 15 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는데. 왜 이렇게 질질 끌었나고? 배심원단들이 그가 유죄라고 생각하는 빌미가 있었기 때문.

 

첫 번째, 엘리자베스의 사망

그는 패티와 독일에 거주한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옆집에 살던 친한 친구 엘리자베스 또한 계단 낙상사고로 목숨을 잃었던 사실이 공개된다. 변호인단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독일을 방문했고 패티는 그녀가 낙상을 당해 뇌출혈로 사망했다고 하는데. 하지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증언을 달랐다. 바로 그녀가 사망하면서 너무 많은 피를 흘려 얼룩을 지우는데 몇 날 며칠이 걸렸다는 것. 검찰은 그녀의 시신을 꺼내 부검을 실시하는데 그녀 역시 많은 열상이 발견됐다. 

하지만 그녀의 두 친딸 역시 그의 무죄를 주장한다.

 

두 번째, 그의 숨겨진 비밀

압수 수색이 진행되며 그의 컴퓨터 및 노트북에서 그가 동성애 성향이 있다는 사실이 발견된다. 온라인상에서 동성들과 만나 직접 관계를 가지던 생활이 노출되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증거를 모아야 했던 검찰들은 이 증거가 구미가 당겼고 캐틀린이 그의 비밀을 알게 되며 이어진 다툼으로 인해 그녀를 살인하지 않았을까 주장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아내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검시관 '듀안 디버' 가 둔기로 머리를 쳤을 때 튀는 혈액의 방향, 양 등을 실험하여 그가 살해했음을 100% 강하게 주장하는 바람에 배심원단들도 등을 마이클에게 등을 돌리고 만다. (듀안이 나와서 실험하는 장면을 보면 아무런 기본기도 없이 무작정 실험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1000번 시도해서 우연찮게 만들어진 결과로 그를 살인죄로 이끌어 간다는 걸 보고 무슨 검시관이 저러지 했는데 그의 정체가 나중에 밝혀짐)

무기징역으로 수감된 지 8년. 그때 듀안이 자신의 경력도 속이고 다른 사건에서도 다수의 실험을 조작했다는 것이 밝혀지며 무고한 시민들을 범죄자로 복역하게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데. 이때 마이클의 재심도 받아들여지게 된다. 하지만 그는 다시 재판을 할 기력도 (8년을 감옥에 있었으니 이제 나이 73이다), 돈도 (15년간 재판에 쓴 돈만 해도 약 15억) 없기에 앨퍼드 폴리를 신청해 자유의 몸이 된다. 

 

* 앨퍼드 폴리란 기술적 유죄로 피고가 검찰의 기소를 인정하는 대신 법정은 피고의 형량을 감형해 주는 제도

 

 

계단: 아내가 죽었다 실제 가족 사진
출처. Esquire

 

모든 재판 과정을 카메라로 담아내려 했던 장 자비에 드 레트라드 감독 정말 대단하다. 이건 찍어야 한다! 라는 생각으로 마이클 피터슨과 모든 가족들을 설득하여 모두 함께 만든 다큐멘터리. 개인적으로 본 다큐멘터리 중에 손에 꼽히는 작품이다. 열린 결말을 줌으로써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해줬다. 나는 마이클 피터슨이 사랑스러운 아내를 살해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의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모든 상황들을 고려해서 앨퍼드 폴리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는 검찰관들의 증거 조작,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데도 억측으로 그를 살인자로 몰아가는 검사, 판사, 검시관을 다시 맞닥뜨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생각된다. 

 

하나 흥미로운 가설이 있었는데 캐틀린의 사건 사진을 본 이웃은 올빼미로 인한 추락사를 내세웠다고 한다. 실제로 부부가 살던 지역은 종종 올빼미가 출몰했고 올빼미에 의한 작은 사고, 사건들도 발생했다고 한다. 그리고 사망 당시 그녀의 손에 깃털과 솔잎, 그리고 그녀의 머리카락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100% 배제할 수 없는 의견이라고 본다. 검찰 측은 그가 무기로 그녀의 머리를 강타했다고 하지만 머리를 맞으면 대게 두개골이 손상되는데 본 사건에서는 그녀의 두개골은 멀쩡했다. 범행에 사용된 무기도 발견되지 않았으니 본 가설도 흥미롭게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

 

만약 그가 정말 그녀를 살해하지 않았다면 세상에서 가장 비극적인 인물이 아닐까. 아내의 슬픔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사랑하는 아내를 살해한 누명을 덮어써 몇 십 년간 싸워온 그.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전 재산을 다 날려 먹었고 그의 무고한 세월 또한 아무 보상 없이 날아갔으니.. 그래도 정말 든든한 자식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아마 캐틀린과 마이클이 사이가 좋지 않았다면 자식들이 이렇게 그를 지지할 수 있었을까? 또한 그의 변호사 데이비드도 훌륭했다. 전반적으로 소름 끼칠 정도의 우수한 변호를 보였지만 검찰 측은 그 반대, 단 하나도 논리적인 증거가 없었고 증거를 조작했는데도 왜 그는 재판에서 졌을까.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