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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리얼리티_목소리로만 결혼할 수 있을까? [러브 이즈 블라인드 : 브라질 2]

 

러브 이즈 블라인드 브라질 진행자들
출처. Rotten Tomatoes / 진행자

맞다. 저번 영화에 이어서 또 다른 브라질 에피소드다. 시즌 1 이 아닌 시즌 2 를 시청했다. 한국 넷플릭스에서는 [블라인드 러브]로 검색이 가능하다. 말 그대로 상대방의 얼굴과 몸매를 모르는 상태에서 나눈 대화만으로 결혼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가 이 시리즈의 목적이다.

 

러브 이즈 블라인드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데 (미국, 일본 편도 있다) 소재가 참신하고 핫하게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브라질로 선택했다. 연애 프로그램은 처음이라 괜찮을까 생각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공감 가는 부분들도 많았고 답답해서 참가자의 머리를 쥐어박고 싶은 부분들도 많았지만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이니까 보여지는 이런저런 굴곡이 많다고 생각한다. 

 

 

포드에서 시작되는 사랑

우선 참가자들은 서로 얼굴과 몸매를 보지 못한다. 포드에 들어가서 나눈 대화만으로 상대방과 결혼을 할지 말지 결정한다. 모든 참가자들과 대화를 시작하고 자신과 비슷한 상대방, 대화가 잘 통하는 상대방과 더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포드에서 프포즈를 성공한 커플들은 후에 '직접' 서로를 마주하게 되는데 여기서 중간에 커플로 이어질 수 있었던 한 커플이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얼굴을 마주한 후 허니문을 포기한 커플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아만다&파울루. 포드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달콤하게 사랑을 속삭였던 커플이었지만 아마 파울루가 아만다의 외모를 보고 나서 마음을 바꾼 듯하다. 아만다는 다른 참가자들과 다르게 몸무게가 조금 나갔던 참가자이다. 하지만 블라인드 러브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면 알 수 있다시피 그녀는 커플이 된 참가자들보다도 더 이슈가 됐었다. 바로 건강한 마음가짐과 이런 모습이라도 자신을 사랑하는 자기애 때문이다. (그래도 아만다 너무 매력적이고 예쁜 얼굴인데.. 보자마자 온몸을 떨었던 파울루가 좀 너무하다.)

 

 

아름답지만은 않았던 허니문 & 동거 생활

커플이 된 알리송&타마라, 길례르미&마이라, 호베르트&플라비아, 윌&베로니카, 치아구&바네사 다섯 커플은 아마존 우림으로 신혼여행을 가게 된다. 이제는 모든 것을 노출한 상태에서 결혼을 30일 앞두고 함께 신혼여행을 즐기는데 여기서 당연 문제들이 발견된다. 첫날밤이 순조롭지는 않았던 호베르트와 플라비아, 하이킹을 좋아하는 길례르미와 하이킹을 싫어하는 마이라, 너무 아기 같은 알리송과 너무 어른스러운 타마라, 배 타는 걸 싫어하는 윌과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허점이 없었 베로니카, 1부터 10까지 다 안 맞아서 어떻게 커플이 됐지 싶은 치아구와 바네사까지. 

신혼여행에서 점차 발견되는 둘 사이의 다른 점, 동거 생활은 어떻게 흘러갈까?

 

 

예측할 수 없었던 결말

알리송&타마라 - 알리송은 독일계 브라질리언으로 입양아다. 타마라는 자기가 잘난 걸 알고 있는듯한 변호사.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했던 여성 출연자이다. 둘은 우선 정말 다르다. 알리송은 누가 봐도 철없지만 마음만은 아이처럼 순수하고 여리다. 타마라는 그런 알리송을 잘 챙겨주지만 어떨 땐 그저 엄마 같기도 하다. 

타마라가 너무 체계적이고 완벽주의자라 아마 결혼식에서 거절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둘은 결혼에 성공했고 심지어는 아직까지 그 결혼을 잘 유지하고 있다.

 

길례르미&마이라 - 한 아이의 엄마인 마이라와 항공 교통 관제사인 길례르미. 둘이 어찌 신혼여행에서부터 조금 불안하다 싶었는데 둘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동거 도중 하차를 선택했다. 길례르미는 결혼이 장난도 아니고 신중해야 하는 마당에 마이라가 계속 가족 만나는 것을 재촉하고, 여자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여 둘의 실험은 종료되었다. 하지만 중간에 길이 마이라에게 하는 걸 보면 마이라가 기대하게 만들고 다시 실망하게 하고 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지만 결혼 상대로는 아니라 하고 이랬다저랬다 저울질을 하는 걸 보고 화가 났다. 

그러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알게 된 길의 실체. 길이 실험 중간에 (마이라와 함께 동거 중) 계속해서 다른 여자와 연락을 하고 실험 포기를 선언하고 바로 그 여자를 만나러 갔다는 사실. 길이 마이라에게 이 사실을 밝히지 않도록 둘이 언쟁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중간에 진행자가 실험 중 발생한 일이니 말하는 게 맞다고 꼬집어 줘서 통쾌했다. 길 왜 그래 진짜?

 

호베르트&플라비아 - 너무 귀엽고 예뻤던 커플. 호베르트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했던 남성 출연자이다. 둘 다 내성적으로 (라고 생각했으나...) 좋아하는 만화부터 성격까지 잘 맞았던. 둘이 결혼해서 알콩달콩 잘 살 것 같았으나 마지막에 호베르트가 데이팅 앱으로 바람을 피움으로써 둘의 관계는 끝이 났다. 호베르트 왜 그래 진짜? 

 

윌&베로니카 - 많은 인종이 섞여있는 브라질에서, 서로를 볼 수 없는 포드에서, 둘은 운명처럼 상대방이 흑인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포드에서 사랑스러운 대화를 주고받았다. 서로를 실제로 보는 순간 더 깊은 사랑에 빠졌으며 정말 좋아 죽겠다라는 표정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커플이었다. 둘 다 길쭉길쭉하고 잘 생기고 예뻐서 잘 됐으면 좋겠다라는 커플이었는데... 정말 결혼까지 갈 커플이었는데... 무슨 한국 시어머니 같은 윌 어머니가 갑자기 나타나 윌의 결혼식 직전 아들의 마음을 헤집어 놓았고 윌은 "결혼 못 하겠다" 라는 대답을 해버리고 만다.

당연히 베로니카는 결혼식 전날까지도 "결혼식장에서 봐 허니" 라는 문자를 받고 결혼하자라고 말했던 윌에게 놀아났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나 같아도..) 마지막 회에 윌의 어머니와 삼자대면을 하며 속 시원하게 "마마보이", "겁쟁이" 라며 속 마음을 털어놓는다. 모든 에피소드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는 부처 같은 베로니카였는데 이렇게 말 잘하고 화내는 걸 보고 더 반했다. 

 

치아구&바네사 - 제일 맞지 않았던, 하지만 제일 재미있었던 커플. 포드에서부터 두 명의 여성에게 저울질을 하던 치아구. 그리고 이 남자가 이상한 걸 아는데도 계속해서 매달리던 바네사. 정말 하나부터 끝까지 맞지 않았는데 커플이 되고 동거 생활까지 마치면서 결혼을 할까 정말 궁금했던 커플이었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들었지만 서로 물고 뜯지 못해 안달 난 커플들 중에 서로 똑같아서 또 끝까지 가는 커플들도 있는 것처럼 반대로 결혼해서 잘 살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둘 다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둘의 관계는 끝이 난다. 마지막 회에서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둘이 싸우는 거 보고 둘은 전생에 웬수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

 

러브 이즈 브라질 출연진들
출처. 넷플릭스

개인적으로 러브 이즈 블라인드 일본 편을 보고 싶다. 과감하게 다 드러내는 브라질과 많이 다를 것 같다. 

 

나는 과연 상대방의 외관을 보지 않고 대화만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아만다를 처음 보고 도망간 파울루를 비판했지만 나도 파울루처럼 내 예상과 다른 상대방을 마주하게 된다면 결혼 무효를 외치지 않을까? 아무리 상대방이 좋다고 해도 만난 지 30일밖에 안 된 사람과 결혼할 수 있을까? 내 대답은 "No". 난 아직 이런 시스템을 따라가기는 보수적인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