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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아일랜드_친구의 갑작스러운 절교 선언 [이니셰린의 밴시]

이니셰린의 밴시 영화 포스터
출처. The Movie Database

 

영화의 제목은 [The Banshees of Inisherin], [이니셰린의 밴시] 이다. 이니셰린은 아일랜드의 작은 섬, 밴시는 아일랜드 민화 속에 나오는 요정으로 울어서 가족의 죽음을 예고한다고 한다. 어려운 제목에 비해 영화는 고요하고도 잔잔하다. 1923 년 아일랜드 내전 시를 배경으로 담고 있으며 파우릭과 콜름, 두 남자 사이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본 영화는 제 76 회 영국 아카데미, 제 80 회 골든 글러브, 제 79 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등 여러 부문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다.

 

 

1923년 아일랜드의 작은 외딴섬, 이니셰린

이곳은 내전이 일어나고 있는 본토와는 다르게 고요하다. 가상의 섬이긴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굉장히 푸르고 아름답다. 중간 도미닉과 파우릭이 술을 마시며 거짓말을 한 그에게 도미닉이 등을 돌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절벽은 아직 잊혀지 않는다. 

가상의 장소지만 촬영한 곳은 당연 존재하겠지 싶어서 장소를 알아냈다. 영화에 등장한 자연경관이 그대로다.

 

실제 장소: 

 

실제 장소는 이니쉬어 Inisheer 다.

 

 

"그냥 네가 싫어졌어."

파우릭과 콜름은 매일 펍에 가서 맥주를 마실 정도로 친한 사이다. 하지만 어느 날, 여느때와 다름없이 콜름을 데리러 온 파우릭을 무시하는 그. 가서 기다리겠다는 그의 말에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죠. 파우릭은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끈질기게 대화를 시도해 본 결과 그에게서 얻은 답변은 '그냥 네가 싫어졌어.'. 상처를 받은 파우릭은 매일 그 말만 생각하며 눈썹이 八 (중국 숫자: 8) 이 되도록 슬퍼한다. 파우릭은 관계를 회복해 보려 하지만 계속해서 밀어내는 콜름. 그는 모지란 인간과 무의미한 이야기로 인생을 낭비하는 대신 남은 인생을 바이올린 연주 및 작곡에 헌신하겠다고 한다. 제발 귀찮게 하지 말라는 콜름의 부탁에도 파우릭은 계속해서 그에게 말을 거는데. 참을 수 없던 콜름은 파격적인 위협을 한다. 바로 말을 걸 때마다 자신의 손가락을 하나씩 잘라서 그에게 주겠다는 것. 바이올린을 짚을 수 있는 왼손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파우릭이 입을 닫지 않으면 자신은 10 개의 손가락이 다 없어질 때까지 자르겠다는 것인데.파우릭 동생 시오반은 그에게 그를 귀찮게 하지 마라 당부하지만 파우릭은 그럴 수 없다. 그는 만취한 상태로 콜름에게 있을 말 없을 말을 다 퍼붓고 후에 사과를 하지만 그의 문 앞에 떨어져 있는 콜름의 손가락. 파우릭은 콜름이 진심이다고 깨닫게 되는데. 과연 파우릭은 이제 조용해질 수 있을까?

 

"그냥 넘기지 못하는 일들도 있죠."

파우릭은 도미닉과 이야기를 하던 도 중 당당하고 새롭게 살아라는 취지의 조언을 실행하기 위해 콜름의 집으로 향한다. 거기서 작곡을 끝낸 콜름과 대화를 하게 되고 곡의 제목이 "이니셰린의 밴시" 라는 것을 알게 된다. 파우릭은 그가 작곡도 끝냈겠다. 대화도 잘 흘러갔겠다. 축하도 할 겸 같이 맥주 마실 것을 제안하고 떠나는데 콜름은 경고대로 네 개의 손가락을 잘라 그의 집 앞에 던져버린다. 설상가상 그의 손가락으로 인해 파우릭이 아끼던 당나귀 제니가 죽고 파오릭은 복수를 하기 위해 불을 지르겠다고 경고를 한 후 다음 날 계획을 실행한다.

 

아끼던 당나귀 제니와 같이 걷는 파우릭
출처. 네이버 스틸컷

 

내 나름대로 생각을 하자면 캐릭터 하나하나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했던 같다. 작은 섬에서 둘도 없는 친구였던 두 남성이 손가락을 자르고, 불에 집을 지르는 등 극한 행동을 함으로써 같은 아일랜드인끼리 싸우는 내전을 풍자하려던 것으로 느꼈다. 투닥투닥 하다 나중에는 작은 계기(제니의 죽음) 가 큰 불씨가 되어 되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너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도미닉과 같은 애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사태를 보여주는 것 같다. 콜름은  "개를 돌봐줘서 고마워" 라는 말을 남기고 파우릭은 "언제든지요." 라며 그와 말을 더 섞지 않고 왔던 방향을 되돌아가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인생 친구의 갑작스러운 절교 선언, 꿈을 위해 본토로 떠난 사랑하는 여동생 시오반, 파우릭의 그림자와도 같은 제니까지 갑작스럽게 파우릭의 인생에서 사라져버리다니 그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오반을 짝사랑하던 도미닉의 죽음까지.. 아무도 자길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신발까지 벗고 호수로 뛰어들까 생각했던 그녀 앞에 나타나 용기를 주었던 도미닉인데 이니셰린에 찾아올 두 죽음 중 하나였다니..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