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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스릴러_공포의 파인 다이닝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더 메뉴]

영화 더 메뉴의 포스터
출처. IMDb

미리 말하자면 이런 영화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음식'이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어나는 기괴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영화를 보기 전 '공포, 스릴러 장르, 음식에 숨겨진 비밀들' 이라고해서 단순히 사람으로 만들어진 음식이 아니야? 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1차원적인 상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상상도 하지 않은 전개가 이어진다.

계속해서 드러나는 이 레스토랑의 진실, 코스가 진행될수록 불안해지는 손님들. 과연 저녁 만찬은 제대로 끝마치고 손님들은 이 섬을 나갈 수 있을까?

 

 

호손 레스토랑의 특별한 초대

외딴섬에 한 레스토랑이 고립되어 있다. 그냥 셰프가 아닌 예술가로 알려진 슬로윅의 레스토랑, 호손. 하룻 밤의 저녁은 약 1,250 달러로 12 명의 손님들에게만 특별히 제공된다. 

본 영화의 주인공인 타일러와 마고는 이 특별한 저녁에 참여하게 된다. 고급스럽지만 이상하리만치 고요한 적막과 어딘가 불편한 직원 응대까지. 마고는 레스토랑이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타일러는 예술과도 같은 요리에 환호하며 홀린 듯이 음식을 먹는다. 코스가 진행될수록 이야기는 기이하게 바뀌어가고 손님들은 피를 보는 상황까지 이어진다. 

 

 

계획에 없었던 손님, 마고

마고는 섬에 도착하고 예약 체크를 하던 중 자신이 타일러의 헤어진 여자친구를 대신해서 왔음을 알게 된다. 이를 알게 된 사람은 마고뿐만이 아닌 조수 엘사, 셰프 슬로윅도 알게 되는데. 슬로윅은 초대받지 않았던 마고가 저녁에 참가하게 되자 이를 굉장히 탐탁 않게 생각하게 되고. 하지만 이도 잠시 슬로윅은 그녀가 자신이 싫어하는 것은 손도 대지 않고, 남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 성질머리대로 행동하는 것을 보고 과시를 부릴 대로 부리는 다른 손님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마고가 '매춘부' 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과 같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임을 넌지시 던져 자신의 부류와 섞일지 머저리 손님들의 부류와 섞일지 제안을 하게 되는데. 이 제안을 받아들일 시간은 단 15분뿐. 과연 마고는 어느 쪽을 택하게 될까?

 

 

예쁜 음식이 아닌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음식

본 영화의 손님들은 상류층이다. 이렇게 비싼 레스토랑에 11 번이나 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먹은 요리를 하나도, 단 한 개라도 기억하지 못하는 부자 손님, 말이 안 되는 음식과 퍼포먼스에도 어려운 단어들을 쓰며 있는 척하는 음식 평론가, 원하는 음식이 나오지 않자 자신이 가진 부를 제멋대로 들먹이며 식당 문을 닫아버리게 할 거라는 탈세 기업가들 등 초대받은 손님들은 하나같이 정상이 아니다. 슬로윅은 자신의 예술을 알아보지 못하는, 그저 같은 음식이지만 이런 손님들에게 대접하기 위해 뭐든 특별하게, 고급스럽게 보이게 자신의 예술을 부자들의 입맛대로 꾸며내야 한다는 거 자체에 치부를 느낀 것이 아닐까. 

 

끝에 마고가 슬로윅의 방에 몰래 들어가 그의 과거 사진들을 보게 되는데. 슬로윅은 과거 모두 무표정을 지닌 요리사였다. 하지만 자랑스럽게 놓인 트로피에 들어가 있는 사진에서 고급 음식도, 특별한 음식도 아닌 '치즈 버거'를 들고 활짝 웃는 슬로윅을 보게 된다. 그 길로 마고는 레스토랑으로 돌아가 자신은 배가 아직 부르지 않는다며 '치즈 버거' 를 들고 와라 하는데. 그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게 되며 마고를 위한, 요리사들이 아닌 자신이 직접 치즈 버거를 만든다. 마고는 기계처럼 만든 음식이 아닌 정성스러운, 사랑을 넣은 음식을 맛보게 되며 흡족한 표정을 짓고 테이크 아웃에 성공하며 섬을 탈출하게 된다.

 

출처. The Western Weekender

큰 기대를 하고 보지 않아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재미있게 봤다. 중간중간 정말 맛있게 플레이팅 되서 나오는 요리들 때문에 (특히 치즈 버거..) 배고픈 새벽에 보면 안 된다는 게 문제이지만, 공포, 스릴러 장르답게 그 맛을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중간 손님들과 요리사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 슬로윅이 박수를 치는 장면들은 영화를 보는 나도 깜짝 놀라게 하여 더 주목하게 만들었고 마고가 슬로윅의 방에서 라디오를 발견해 무전으로 해양 경찰을 불렀을 때의 반전은 어느 정도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더 흥미롭게 만들었다.

 

끝에 마고가 '번지르르한 가짜 음식 말고 진짜 치즈 버거' 를 내 오라고 하며 테이크 아웃을 위한 치즈 버거를 추가 주문할 때 "Unfortunately, I think my eyes were a little bigger than my stomach." 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자기가 먹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음식을 원했을 때 쓰는 영어 표현이지만 큰 눈을 가진 마고가 이 표현을 쓰니 웃기기도 했다.

 

또한 요리사들, 슬로윅, 손님들 모두가 레스토랑 자체에 플레이팅 되며 끝나는 장면은 기괴하기도 했지만 요리사로의 자부심을 잃은 슬로윅이 가식적인 손님들과 코스 요리를 마무리 짓는다는 것에서 하나의 스토리가 완료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색다른 영화,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