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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드라마_현대인들의 스트레스를 엿보다 [성난 사람들]

성난 사람들 포스터
출처. IMDb

 

오랜만에 영화 리뷰를 쓰고자 한다. 영화 및 드라마 리뷰로 블로그를 시작했지만 시간이 너무 소요되는 관계로.. 내 일상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는데 가끔 본 업이 그립기도 하다. 무엇보다 내가 본 작품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기록하고 나중에 돌이켜본다면 내 아기 같은 감상평이 나중에는 영화 평론가들 분과 같은 글로 발전될지도 궁금한 것도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번에는 이틀에 걸쳐서 [성난 사람들], 원제목 [Beef] 를 시청했다. 미국 유명 배급사 A24가 제작한 미국 오리지널 넷플릭스 드라마. A24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와 같은 영화를 배급하고 있는 미국 독립영화계의 신흥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도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는 스티븐 연(연상엽)의 연기를 보려 보시는 분들이 정말 많은 듯하다. 나 또한 그에 속했지만 오히려 스탠드 코미디계의 퀸, 앨리 웡의 연기를 보고 빠져들어 그녀의 팬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 한국계 배우들도 많이 등장하고 중간중간 한국어도 들리며 카카오톡의 보이스톡 신호음까지 들을 수 있어 아무 생각없이 보고 있던 장면들이 가끔 반가울 때가 있다. 

 

 

내재되어 있는 분노가 폭발하다

돈을 벌기 위해 온갖 잡일을 다하는 도급업자 대니(스티븐 연).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을 미국으로 모시고 오지 못한다는 죄책감과 경제력이 부족해 미래가 보이지 않는 우울함까지 더해져 목숨을 스스로 끊기 위해 할인 매장에서 숯불 화로를 산 그. 하지만 죽기 직전 온갖 두려움을 느끼며 자살을 포기하고 마트에서 반품을 요청하지만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만다. 반품에 실패한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 상태. 그때 매장 주차장에서 흰색 벤츠 SUV와 시비가 걸린다. 추격전을 벌이며 보복 운전을 하지만 벤츠 운전자는 온갖 쓰레기를 던지고 "ㅗ" 를 시전하며 도망가 버린다. 그런 대니는 그 차의 번호판을 외워버리고. 수리공으로 둔갑하여 벤츠 운전자의 집에 들어가는데 성공, 화장실에서 소변을 싸질러버리는 복수에 성공한다.

 

한편 벤츠 운전자는 바로 성공한 사업가 에이미(앨리 웡)였다. 대니와 추격전을 하는 도중, 어느 부촌의 정원을 망가뜨린 CCTV가 페이스북에 노출되며 자신이 탄탄하게 닦아놓았던 명성에 먹칠을 할까 하루하루를 두려워하며 보내다 그가 자신의 화장실에 오줌칠을 해 놓은 것을 보며 눈이 뒤집히게 된다. 그녀는 그의 연락처, 주소까지 알아내 또 다른 복수를 계획하는데.. 탁구와 같이 이리저리 복수사 오가다 에이미는 직원 사진을 도용해 SNS 아이디를 만들어 대니의 동생 폴과 넘어서는 안되는 선까지 넘어버린다. 엎친 데 덮친 격일까 그녀의 남편 조지(조셉 리)가 갑자기 그녀의 직원과 불륜을 했음을 밝히는데..

 

 

그 끝에서 발견한 동질감

에이미는 계획에 없었지만 그냥 낳은 아이 취급을 받으며 억압적인 가정 분위기 속에서 살아와 트라우마가 많은 사람이었다. 대니 또한 동양계 사람으로서 미국에서 당했던 온갖 차별들, 자신의 친동생에게 못할 짓을 했던 사실들을 마음속에 꾹꾹 삭히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둘은 너무나도 똑같았고 화를 내는 포인트마저 비슷했다. 끝에 남편에게 버림받은 에이미가 사건 현장에서 몰래 빠져나온 대니를 보고 둘은 다시 한번 더 추격전을 벌이는데.. 그만 둘 다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된다. 죽이고 만큼 싫었기에 둘은 정말 서로를 죽일 기세로 싸우는데. 끝에 둘은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서로 비슷한 사람임을 알게 되고 서로를 향했던 분노감이 공감으로 변하게 된다. 둘은 서로를 도와 인적이 있는 곳에 도착하게 되지만 그곳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바로 조지. 그는 대니가 그의 아내를 해쳤다고 생각해 총을 쏘게 된다.

 

병원에 누워있는 대니와 그런 대니를 바라보고 있는 에이미. 그녀는 그가 누워있는 침상에 함께 누워 그를 끌어안고 한참 무의식이었던 대니 또한 한쪽 팔로 그녀를 감싸 안으며 드라마는 끝이 난다.

 

성난 사람들 비프 스틸컷 대니와 에이미
출처. 넷플릭스

처음에 너무 화가 난 대니와 에이미를 보고 저렇게까지 굳이..? 둘 다 너무 분노 조절 장애가 아닐까 싶었지만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면서 현대인들이 공감을 많이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리어로 성공을 해도 자신의 명성과 욕심으로 인해 가족과 멀어지거나 행복하지 않을 수 있고, 돈에 쪼들리며 궁핍하게 살면 또 주위 잘난 사람들이 보이고 나는 왜 이럴까라는 잣대를 내 자신에게 들이내밀게 되는 사회. 그렇다고 아무런 노력을 안 하는 것도 아니다. 대니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큰아들이라는 부담이 있어서일까. 부모님도 살뜰하게 잘 챙겼다. 하지만 사회는 그런 대니를 무참히 짓밟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화' 가 그들을 집어삼킨 것이다. 아무튼 두 배우의 미친 연기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않았나 싶다. 

 

이건 여담인데 에이미의 남편 조지가 나오는 내내 침착맨을 닮아서 집중이 안 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조셉 리' 를 쳐보니 연관 검색어에 이말년이 함께 나온 거 보고 사람들 생각이 다 똑같구나 생각했다. 먼 친척이 아닐까라는 말도 나오던데.. 정말 닮았다. 또한 그분이 극 중처럼 일본계인 줄 알았는데.. 한국계더라고.. 죄송합니다.. 끝으로 '성난 사람들' 추천한다.